약사의 일상] 아이는 응급실에 갔지만 저는 약국에 출근했습니다
안녕하세요. 개발하는 약사 유상준입니다.

오늘 토요일 근무 날인데 늦었습니다.
늦은 이유는 저희 애기가 어제 새벽에 많이 아팠는데요.
고열이 와서 깜짝 놀라 와이프와 지역 응급실에 가서 진찰 받고 다행히 이제 좋은 분 만나서 잘 설명 듣고 왔습니다.
하지만 발열의 원인은 결국 찾지 못했고요.
지금도 아픈 상태에서 놔두고 출근했는데 되게 감정적으로 모순이랄까요? 좀 힘들다랄까요? 그런 느낌이 좀 있어요.
전 소아과 밑에 약국인데 제 애기는 아픈데 정작 저는 지금 와서 다른 아이의 약을 지어주는 거잖아요.
이런 게 물론 직업적인 소명인데 뭔가 좀 심적으로 아픕니다.
좀 모순이랄까요? 약간 그런 부분이 있어요.
내 애가 아픈데 내 애를 챙기진 못하고 '직업적인 걸 위해서 자리를 비워야 된다' 라는 거죠.
이게 참 어렵습니다.
가족 중에 의사 약사 뭐 치과의사 선생님 변호사 이런 전문직이 있으면 되게 좋다고 하잖아요.
물론 그렇습니다. 저도 이제 형님이 대학 병원의 진료 교수라 자주 통화하고, 사적으로나 공적으로나 자주 통화하면서 물어보고 조언을 하는 편인데
이제 형님 입장에 조카가 어디가 아프다고 진료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처방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형님도 안타까움을 느낄 수 있고 저도 오늘 같은 경우는 제 애가 아프지만 옆에 있어주지 못한다라는 안타까움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그게 이제 비슷한 게 선생님들 어린이집이나 초등학교 선생님들 보면은 이제 본인이 재직 중인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프로페셔널하게 잘 하시는 분들도 정작 본인 자제들이 다니는 유치원이나 학교 선생님들이 기대만큼 못하셔서 약간 불만을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거든요. 왜 나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애정을 쏟는데 막상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선생님은 나만큼 학생들한테 신경 써주지 않는 거 같다, 달리 말하면 내 애는 되려 방치되고 있다라는 느낌을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완전히 동일하진 않지만 약간 그런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내 가족이 아플 때 곁에 있지 못하는 그런 복잡한마음이 오늘 특히 더 많이 느껴지네요.